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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웅의 여행톡] 폭염마저 물리친 '155마일 평화행진'
작성자 동아오츠카 작성일 2018-08-22 조회 194
지난 1일 서울지역에 111년 관측사상 최악의 폭염이 닥친 가운데 인천 강화군 해안철책길을 걷는 '휴전선 155마일 횡단' 대원들. /사진=박정웅 기자
통일 내디딘 한반도 미래둥이
걸음걸음마다 한뼘씩 자존감까지 자란 '휴전선 횡단'

절절 끓었다. 뙤약볕에 바람마저 숨죽은 강화철책길, 발걸음 따라 흙먼지가 풀풀 일었다. 나무 한그루 없는 철책길 통로는 복사열로 사막을 방불케 했다. 그늘이라곤 사람이 만들어낸 것만 있었다. 그것도 염천 땡볕에 제 몸 내줘 만든, 쓰일 데 눈곱만치도 없는 그림자였으니….
태양이 자오선 천정으로 치달을수록 그나마 눈곱만한 그림자는 순식간에 쪼그라들었다. 대가리만 감추고 보는 쫓긴 꿩처럼 일단 ‘열받은’ 머리 먼저 숨기고 볼 일. 하지만 이 ‘우습고 팔짝 뛸’ 미봉책마저도 허락지 않았다. 겨우 남은 그림자 꼬리가 증발할 즘 탄식도 데친 파처럼 축 늘어졌다.

 

8월의 들머리, 111년 관측 사상 최악의 폭염이 서울을 집어삼켰다. ‘서프리카’, ‘서집트’, ‘서하라’. 제12호 태풍 ‘종다리’의 동해 진출과 이에 따른 푄 현상, 그리고 중국-티베트 고기압의 남하. 열돔현상이라는 생소한 기상학 용어를 읽기도 전에 ‘불가마’, ‘가마솥’, ‘찜통’, ‘용광로’를 잇댄 머리기사가 이미 지면을 도배했다. 
지난 1일 인천 강화군 해안철책길에서 음료로 폭염을 달래는 대원. /사진=박정웅 기자
서울만이 아니었다. 이날을 기해 초복 전부터 달궈진 폭염은 한반도 서쪽에 열대의 열기를 뿜었다. 토란잎 크기의 그늘은 호사일 성싶었다. 말 그대로 깻잎만한 그늘 아래라도 몸을 숨기고 싶었을 땡볕 폭염. 그럼에도 반도의 서쪽끝에서 동쪽끝으로 발걸음을 뗀 이들이 있었다. 바로 인천 강화군에서 포카리스웨트·한국스카우트연맹 주최 ‘휴전선 155마일 횡단’의 첫걸음을 내디딘 155명의 청소년들이 주인공이다.  총 9일간의 긴 여정(7월30일~8월7일, 강화평화전망대-고성통일전망대)은 폭염과 함께 막을 올렸다. 무장해제 당하듯 사상 최악의 폭염에 온전히 노출된 155마일 횡단. 구름 한점, 미지근한 비 한줄기 없는 하늘 아래 고난의 ‘대장정’이 시작됐다. ‘사서 생고생’은 마치 폭염과의 백병전 양상이었다.
◆폭염에 마음은 ‘고향 앞으로!’ 
땡볕에 노출된 채 인천 강화군 해안철책길을 걷는 대원들. /사진=박정웅 기자
“집에 바로 가고 싶었죠. 강화평화전망대부터 고생 시작이라며 다짐에 또 다짐을 했는데도 그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철책길 중간쯤 멈췄을 땐 앞길이 까마득했어요. 너무 더운 나머지 그땐 정말 집으로….” 권예지(청주 주성중 2년)양의 앳된 얼굴이 다소 붉어 보였다. 지난 2일 강원도 철원군 백마고지에서 월정리역으로 향하는 길목을 걷는 권양의 피부는 폭염에 살짝 익은 듯했다. 모자와 자외선 차단제, 휴대용 선풍기까지 잔뜩 무장을 했건만 폭염 앞에서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는 친구와 횡단 대열에 동참했다. 친구의 추천과 친구 아버지의 허락, 그리고 부모와 친구들의 응원까지 등에 업었다. 그런 까닭에 이번 횡단에 임하는 각오가 남달랐다. 그 사연을 들으니 깜짝 놀랐다. 주변에서 익숙한 ‘호환마마’도 무섭다는 이른바 ‘중2병살이’의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어서다.
“여름방학에 이왕이면 보람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사서 고생은 좋은 경험이 될 거라는 생각에서죠. 이처럼 힘든 일을 직접 해보는 건 내가 얼마나 편하게 살고 있는지 되돌아보고 일상에 감사하는 마음을 깨닫게 할 소중한 기회인 셈이에요.”  
지난 2일 강원도 철원군 노동당사를 찾은 대원들. /사진=박정웅 기자
에어컨 바람 아래서 할 법한 그 또래의 스마트폰 문자메시지 수다나 게임 삼매경만 떠올린 탓일까. ‘중2병’에 대한 이런저런 편견에 또 한방을 먹은 것.  “(집에 돌아가고 싶을 때) 한번 꾹 참았던 게 큰 보람입니다. 아빠도 군대 다녀왔지만 아마 휴전선 전부를 다녀온 건 제가 우리가족 중 처음일 걸요. 또 9일 동안 친구와 더 친해져 학교로 돌아갈 거고 친구들에게 할 이야기도 많을 것 같아요.” 동쪽으로 발걸음을 떼는 권양의 발걸음은 한결 가볍다. 이번 캠프를 추천하고 함께 구슬땀을 흘려온 친구, 낯설었지만 이젠 한가족과도 같은 대원들, 그리고 차를 멈추고 박수갈채를 보내는 행인들. 또 한걸음마다 한뼘씩 자라는 자존감까지 얹은 그의 고성통일전망대행은 폭염에도 산뜻하다.
◆155마일 족적과 평화관광 명소 
옛 경원선의 남측 최북단역인 강원도 철원군 월정리역. /사진=박정웅 기자
강화평화전망대·연미정·강화대교(인천 강화군)-태풍전망대·노동당사(경기 연천군)-백마고지·월정리역·철원평화전망대·제2땅굴·승리전망대(강원 철원군)-가칠봉전망대·제4땅굴·두타연·피의능선전투전적비(강원 양구군)-DMZ박물관·통일전망대(강원 고성군). 권양을 비롯한 155명의 청소년이 걸어온 길은 최근 평화관광 명소로 다시금 주목을 받았다.  남북 긴장완화에 맞춰 DMZ를 관광자원으로 개발하려는 정부의 밑그림 그리기가 분주하다. 일례로 최근 정전 65주년을 기념한 비무장지대 접경지역 관광 활성화 계획이 대표적이다. 인천(옹진·강화), 경기(김포·파주·연천), 강원(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지역의 대표 관광자원과 음식, 주요행사를 엮은 통합홍보전략을 세운다. 한편 민통선(민간인출입통제선) 내 관광 시 군부대 또는 관련기관의 출입절차를 사전 확인해야 한다.   
사는 데 달라도 같은 길 걷는 친구  
지난 2일 월정리역에서 만난 정석준군. /사진=박정웅 기자
 전망대마다 설치된 망원경 ‘껌딱지’가 있었으니 전북 고창에서 올라온 정석준(영선중 3년)군이 그 주인공이다. 정군은 155마일 본격 횡단의 첫날인 강화평화전망대서부터 북측 조망에 푹 빠졌다. 국토대장정의 꿈을 이번 기회에 살렸고 또 실컷 북녘을 살필 요량이란다. 지난해 방문한 연평도에서 북쪽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이유도 있다.  친구들에게 이번 행사를 함께하자고 제안했다는 그는 “이런저런 이유로, 또는 관심이 없다며 참가하지 못한 친구들에게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면서 “평화와 통일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요”라고 되물었다.  
지난 2일 강원 철원군 백마고지 상승각에 나란히 선 오창열·이홍우군(왼쪽부터). /사진=박정웅 기자
 
수능 100여일을 앞둔 수험생 단짝이 눈길을 끌었다. 육로로 가장 먼 축에 속한 전남 고흥에서 올라온 오창열·이홍우(고흥고 3년)군이다. 스카우트 대원인 이들은 캠프와 야영활동에 최적화한 몸놀림이 돋보였다. 또 자신보다 어린 참가 대원을 챙기는 모습은 영락없는 맏형이었다.
 이군의 소개로 이번 횡단에 참가한 오군의 장래희망은 체육교사다. 대원들을 챙기거나 다독이는 자세, 그리고 대오와 자리를 부지런히 정리하는 모습은 벌써 교사가 된 듯했다. 그는 스스럼없이 “통일을 기원하면서 걸었다”면서 “하루라도 빨리 길이 열려 시베리아횡단철도(TSR)로 유럽여행을 하고 싶다”는 꿈을 소개했다.   이군의 꿈은 응급구조사다. 남을 돕는 일이 좋아서 처음에 경찰이 되려고 했는데 불가피하게 완력을 써야 하는 속성이 싫어 결국 응급구조학과로 돌아섰다고 한다. 대원에게 자신의 물을 건네주던 오군은 “비록 간접적이지만 TV에서 이산가족의 아픔을 많이 봤다. 코앞에 두고서도 만나지 못한 오랜 한을 우리 손으로 풀고 싶다는 다짐이 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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